REVIEW/REVIEW[Movie && Drama]

[스포]더 배트맨 - 선거 이후 보기 가장 시의적절한 영화

그라운드스톤 2024. 4. 1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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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
영웅이 될 것인가 악당이 될 것인가 운명을 결정할 선택만이 남았다 지난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하며 배트맨으로 살아온 브루스 웨인. 알프레드와 제임스 고든 경위의 도움 아래, 도시의 부패한 공직자들과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활약한다. 고담의 시장 선거를 앞두고 고담의 엘리트 집단을 목표로 잔악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가 나타나자, 최고의 탐정 브루스 웨인이 수사에 나서고 남겨진 단서를 풀어가며 캣우먼, 펭귄, 카마인 팔코네, 리들러를 차례대로 만난다. 사이코 범인의 미스터리를 수사하면서 그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깨닫고, 리들러에게 농락 당한 배트맨은 광기에 사로잡힌다. 범인의 무자비한 계획을 막고 오랫동안 고담시를 썩게 만든 권력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자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한다.선과 악, 빛과 어둠, 영웅과 악당, 정의와 복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평점
6.5 (2022.03.01 개봉)
감독
매트 리브스
출연
로버트 패틴슨, 폴 다노, 조 크라비츠, 콜린 파렐, 앤디 서키스, 제프리 라이트, 피터 사스가드, 존 터투로, 제이미 로슨

4월 10일 총선이 끝났습니다. 결과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승리 혹은 패배로 정의될 것입니다. 누군가는 정의가 바로 선다고 환호하고 누군가는 정의가 사라진 나라를 떠나겠다고 합니다. "정의"라는 단어는 동일하지만 그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은 정의와 복수라는 주제를 관통하는 영화를 리뷰해 볼까 합니다. 

바로 2022년 맷 리브스  감독의 작품, <더 배트맨>입니다. 선거 이후에 왠 히어로 영화냐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이 영화만큼 정의와 복수, 선동, 공포 그리고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아직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줄거리는 생략하고 이 영화가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에 집중해 글을 적습니다. 

 

1. 공포와 복수

영화는 배트맨의 과거사를 자세히 다루지 않습니다. 배트맨이라는 프랜차이즈가 워낙 관객들에게 익숙하기에 배트맨의 불우한 유년시절, 총격을 당하는 토마스 웨인과 마사 웨인을 직접적인 장면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배트맨으로 활동을 결심하는 장면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미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이 되어 고담시의 불량배들을 휩쓴 지 2년이 지난 뒤입니다.

영화 초반부에는 그가 스스로를 복수의 도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그의 목소리를 통해 배트맨으로 활동하게 된 이유가 밝혀집니다. 범죄자들이 공포에 떨게 만들기를 원합니다. 그의 바람대로 배트 시그널이 하늘을 비추면 범죄자들은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러나 범죄자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범죄자들의 표적이었습니다. 오히려 그의 등장 이후에는 자경대원이 늘어나면서 고담시는 더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이 영화에는 배트맨을 필두로 2명의 자경대원이 더 등장합니다. 개인적인 원한으로 마피아 팔코네를 죽이는 캣 우먼과 이 영화의 빌런인 리들러입니다. 배트맨의 자경대 활동이 부모님의 복수와 범죄자의 처단이라는 그의 정의를 위한 것이었다면, 리들러의 활동은 재개발 공약 이후 잊혀진 웨인 고아원의 비참함에 대한 복수와 재개발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며 범죄 조직과 손을 잡은 고담시 상류층의 이중성을 드러내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2. 정의와 선동

리들러는 배트맨의 등장이 없었다면 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배트맨의 자경대 활동이 그가 그의 생각을 세상에 퍼뜨리고 활동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배트맨의 등장은 부모님의 범죄피해에 대한 사적 복수에 근거한 것이었지만 고담시의 범죄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범죄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그의 정의에 입각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의 등장은 리들러로 하여금 그가 추구하는 정의를 세상에 퍼뜨리고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어둠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외로운 늑대들을 규합하여 도시일대를 아비규환으로 만듭니다. 때문에 배트맨과 조우할 때 리들러는 "우리는 한 팀"이라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는 것이죠.

각자의 정의를 향한 행동을 하는 두 인물의 차이점이 있다면 배트맨과 리들러가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다르다는 점일 것입니다. 배트맨은 자기 부모님을 죽인 범죄자들을 향했다면 리들러는 처절하리만큼 참담했던 웨인 고아원을 외면하고 재개발 기금에만 눈이 멀었던 이중적인 고위층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배트맨은 배트 시그널로, 리들러는 고어틱한 시신훼손과 언론, SNS를 통해 그들에게 공포심을 주었던 것이죠.

감독은 배트맨과 리들러의 비교를 통해 복수와 공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둠 속에서 복수와 공포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인지 질문하며, 그것이 올바른 의도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영화의 메시지는 후반부 배트맨의 기록으로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묘사됩니다

Wednesday, November 6th.
11월 6일 수요일
The city is underwater. The national guard is coming.
도시는 물에 잠겼다. 주방위군이 오고 있다
Martial law is in effect; but the criminal element never sleeps.
계엄령은 발효 중이지만 범죄자들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
Looting and lawlessness will be rampant in the parts of the city no one can get to.
도시의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 약탈과 무법 행위가 만연할 것이다.
I can already see things will get worse before they get better. and some will seize the chance to grab everything they can.
상황이 나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잡을 기회를 잡을 것이다.
I'm starting to see now.
이제 보이기 시작했다.
I have had an effect here. But not the one I intended.
내가 영향을 끼쳤다. 내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Vengeance... won't change the past.
복수는... 과거를 바꿀 수 없다.
Mine. Or anyone elses.
나의 것이든. 다른 이들의 것이든.
I have to become more.
난 더 나아져야 한다.
People need hope.
사람들에겐 희망이 필요하다.
To know someone's out there for them.
의지할 존재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The city's angry. Scarred.
도시는 분노하고. 상처받았다.
Like me.
나처럼.
Those scars can destroy us. Even after the physical wounds have healed.
그 상처들은 우리를 파괴할 수 있다. 육체적 상처가 아물고 나서도.
But if we survive them.
하지만 우리가 이겨낸다면.
They can transform us.
변화시킬 수 있다.
They can give us the power, to endure.
그들은 우리에게 버틸 힘을 줄 수 있다.
And the strength to fight.
그리고 싸울 수 있는 힘을.

 

3. 진실

작중 배트맨은 선한 존재로만 알았던 자신의 아버지 토마스 웨인의 부도덕한 부분을 알게 되며 혼란에 빠집니다. 고담의 두 개의 가문, 웨인 가문의 토마스와 아캄 가문의 마사의 아들 브루스 웨인이 마주친 진실은 냉혹했습니다. 아캄 가문 내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마사는 정신병원을 들락거렸고 시장선거를 앞둔 토마스 웨인은 이 사실을 알게 된 기자를 입막음하고자 마피아 팔코네를 이용하는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죠. 팔코네는 토마스가 시켜 기자를 죽였고 토마스와 본인이 가까워지는 걸 경계한 또 다른 마피아 마로니가 부모님을 죽인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한편, 알프레드는 토마스는 기자가 죽을 줄 몰랐으며 토마스의 약점을 쥐고 싶어했던 팔코네가 기자를 살해했고 그 사실을 알게된 토마스가 자수를 선택하자 팔코네가 부모님을 죽였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덧붙여 그저 강도의 소행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감독은 토마스와 관련해 숨겨놓은 것 2가지 중 한 가지는 분명하게 밝힙니다. 토마스 웨인이 팔코네에게 기자의 입막음을 부탁했다. 그것이 선거를 향한 것이든, 마사를 향한 사랑이었든 분명한 건 팔코네라는 마피아의 손을 잡았다는 것입니다.

한편, 토마스 웨인과 마사 웨인의 사망과 관련해서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습니다. 팔코네인지, 마로니인지, 아니면 그냥 강도인지 범인을 특정하지 않습니다.

브루스 웨인이 만난 진실은 마주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알아갈 수 없는 불분명함이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진실을 뛰어넘어 배트맨으로서 살아갑니다. 그가 배트맨이 된 궁극적인 근원인 "선량하고 정의로운 아버지가 당한 것에 대한 복수"는 불분명해졌지만 그럼에도 그는 행동합니다. 불분명한 진실일지라도 배트맨으로서의 활동은 멈추지 않습니다.

4. 희망

그는 이제 불분명한 진실에 기반한 복수를 하지 않습니다. 어둠 속에서 스스로가 공포와 복수가 되어 싸우던 그는 빛 가운데로 나아가 시민들을 구하며 그들의 희망이 됩니다. 부모님을 죽인 범인을 찾고 그와 유사한 세력인 범죄자들을 향한 복수를 뛰어넘어 범죄자들의 도시에 버티고 서있는 한 사람이 있음을 시민들 앞에 드러내고 그들을 구원합니다. 리들러의 추종자들이 리들러를 보며 자신들만의 희망을 가졌고 대규모 테러까지 감행했던 그 공간에서 마침내 고담 시민이 바라볼 희망으로, 진정한 영웅으로 각성합니다.

5. 마치며

감독은 복수가 희망이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리들러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트럼프의 등장 이후 극단적인 갈등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그 흐름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리들러는 자본에 눈이 먼 관료들이 만든 괴물이었습니다. 고아원에서 죽어나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점차 악마가 되어간 그는 여전히 정치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외로운 늑대들을 모으고 리들러로 만들었습니다. "99%와 1%"라는 구호로 시작된 월가 점령 시위, 트럼프가 주도한 혐오와 이로 인해 촉발된 미 의회점거 난동 사건처럼 리들러가 된 외로운 늑대들은 시민과 고담을 향한 무차별 테러를 감행합니다. 현실의 두 사건과 영화 속 테러의 기반에는 복수와 광기가 있습니다. 나를 외면하고 소유물을 뺏어간 세상과 기득권에 대한 복수 그리고 복수를 향한 광기 말이죠.

우리 사회는 크게 다른가 생각해 봅니다. 이번 선거가 분노에 의한 선거라고들 이야기합니다. 과연 그 분노는 어딜 향하고 있는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 정치는 "정치보복"이라는 굴레 속에서 끊임없이 서로를 혐오하고 끌어내리려 합니다. 어쩌면 22대 국회가 보여줄 모습 역시 그 연장선일 것입니다. 그러나 복수에는 내일이 없습니다. 흉터가 가득할지라도 복수를 딛고 희망을 향해가야 한다는 것, 불분명한 진실일지라도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행동을 멈추지 말 것. 어쩌면 이 영화가 지금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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