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 토, 일 오후 9:25 (2023-11-11~)
- 출연
- 김동준, 최수종, 지승현, 이원종, 김재민, 한재영, 이지훈, 장인섭, 주석태, 류성현, 이철민, 김산호, 주연우, 서재우, 정호빈, 이재구, 곽민석, 이도국, 조상기, 김중돈, 김선빈, 김혁, 김준배, 이상홍, 박정환, 김구택, 조희봉, 김정학, 한승현, 박유승, 이시아, 하승리, 조승연, 김오복, 백성현, 이민영, 공정환, 이풍운, 오재영, 윤복인, 이재용, 강신일
- 채널
- KBS2
지금까지의 일들
드라마가 대하사극의 부활을 화려하게 알리고 시청률도 쾌속가도를 달리고 있던 와중에 논란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18회 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실 16회부터 사극매니아카페 등 일부에서는 "양규의 죽음 이후 서사가 지나치게 궁중암투를 다루려고 한다.", " 갑작스러운 인물의 성격변화가 개연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들이 나왔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는 기다려보자는 입장이었고 저 역시 16회, 17회 동안은 호족과 현종의 대립을 주 플롯으로 김훈, 최질의 난에 대한 배경을 서브플롯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18회 "그 엔딩"이 있었습니다.
그 엔딩은 기다려보자는 입장의 시청자들로 하여금 두고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19회의 전개는 또 어떠했습니까? 원정황후(이하 황후)가 "황실"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용손일지언정 정도에 벗어나는 일을 하는 악녀는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황후가 그렇게 행동하게 된 계기에 훗날 원성황후가 되는 김은부의 딸(이하 원성)에 대한 시기와 질투 그로 기반한 견제가 포함되어버리다 보니 유진과 함께 만든 모략은 고결한 명분을 가지고 국가를 위해 감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개인적인 행동에 명분이라는 껍데기로 감싸놓은 듯했습니다.
18회와 19회를 지나며 시청자들의 원성이 자자해졌고 한 커뮤니티에 원작자의 댓글이 올라오면서 관련한 기사가 봇물 터지듯 나왔습니다. 이에 제작진 측에서는 언론 대응을 시작했고 그 모습이 확대 재생산되며 작금의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본질이 아닌 것을 비추는 언론, 우리를 휩쓸리게 하네...
우리가 흔히 자극적으로 구독자 장사를 하는 언론을 황색언론(Yellow Jurnalism)이라고 합니다. 그 유래는 20세기 미국 언론계의 인재영입경쟁과 "Yellow Kid"라는 캐릭터를 둔 다툼에서 비롯합니다. 두 명의 작가, 두 개의 매체에서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촌극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것이 언론의 구독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기사와 내용으로 향하게 되는, 혹은 이미 그러한 매체가 되어버린 것을 지칭하는 말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고유의 황색언론의 의미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바로 노란 고름에 집중하는 언론이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앞서 서술한 대로 이번 고려거란전쟁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역사적 맥락, 배경과는 동떨어진 서사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그것이 고려거란전쟁에 있어 지금 가장 깊이 곪아있는 부분임을 지적한 것이죠. 그러나 언제나 티끌을 건들면 그 부분이 커지고 농양이 생기듯이 여러 상황이 부수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커뮤니티에 누군가 남긴 글에 원작자가 댓글을 남긴 것이 그것인데 그 댓글의 분위기나 맥락은 "할 말은 많으나 지금은 하지 않겠다."라는 것이 분명하게 나타났습니다. 굳이 지금 방송 중인 작품에 대해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겠죠. 그러나 추가되는 댓글들, 주위의 소문들을 통하여 "현 이정우 작가 이전에 다른 작가가 존재했고 현 작가의 캐스팅에 제작진 중 하나인 모 PD가 관여를 했다더라...", "원작자의 자문은 김한솔 PD의 일부 전쟁장면에만 있었을 뿐 전쟁장면이 아닌 대부분에 대해서는 자문을 거절하였다." 등 다양한 이야기가 돌았고 현재는 제작진과 현 작가, 원작자의 인터뷰를 통해 일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곪아가던 부분에 있던 농양이 밖으로 나와버리고 있는 것이죠. 문제는 대부분의 언론(
이라는 이름의 매체
)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입니다.
제가 공유했던 역사적 팩트체크를 하는 기사들을 제외하면 거의 다 원작자 VS 드라마 제작진의 구도로 논란을 중계하듯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부에 생긴 티끌이 아니라 티끌을 덮어버린 노란 농양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보도는 단순한 중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보도가 어떠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기사로서의 가치는 있는지 의문입니다.
문제는 저희가 아니라 이번 사태를 다루는 수많은 기사의 영향을 받게 될 잠재적 시청자층일 겁니다. 이번 사태가 다루고 있는 모습이 마치 언급조차 하고 싶지 않은 "조기종영 조선좀비물"을 다루는 모양새이기에 시청을 고민하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을 더 보류하거나 포기하기에 이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들의 상실은 앞으로 제작될 후속 드라마들의 투자규모나 소재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기에 더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저의 사견
사극팬으로서 비판은 하겠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각자가 의견이 있을 것으로 압니다. 누군가는 원작자에 누군가는 드라마제작진에 무게를 두고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 판단을 유보하고 그저 이 사태가 빠르게 사그라들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비판은 분명하게 필요하며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 장르가 사랑받을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비판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제작자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
본래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늘 있는 것이 원작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2차 생산물에 대한 비판입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이후가 달라지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제가 흔히 드는 예시인 마블영화의 예시를 또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영웅 서사를 다루는 대한민국 사극의 특징과 마블 스튜디오 영화의 특징에 유사성이 있기에 자주 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초창기 마블 유니버스의 영화는 그리 큰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퍼스트 어벤져>는 "캡틴 아메리카의 액션이 빈약하다.", "악당 레드스컬의 후반부가 지나치게 우연성에 기반한다", "노골적인 애국주의 미국우선주의를 다루는 프로파간다"라는 비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퍼스트 어벤져>의 후속작 <캡틴 아메리카:윈터 숄져>에서는 액션장면에 대한 호평과 함께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극 진행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고 "9.11 이후 보여주는 미국패권질서의 이면에 존재하는 파시즘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반면 DC는 <배트맨 V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배트맨이 너무 빈약하게 그려진다.", "원작 정체성이 사라진 채로 살인을 행한다."는 강한 비판을 받았지만 비판에 대한 수용 없이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악당의 졸개들에게 허우적대고 시종일관 얻어터지는 것밖에는 하는 것이 없어서 "뱃찐따"라는 오명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DCEU의 종말, MCU 인피니티 사가의 대성공이었습니다.
고려거란전쟁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저는 대부분의 사극팬들이 이번 사태 때문에 시청을 거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본방사수는 하지 않더라도 재방송, OTT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드라마 시청을 이어가겠죠. 그러나 이번 작품 이후 같은 작가, 같은 제작진의 사극을 시청할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과연 몇 명이나 확신을 가지고 반드시 첫 방송을 시청할 것이라고 말할까요? 관심을 얻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너무나 쉽습니다. 팬들이 비판하고 요구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사극 팬으로 만들기 위해 남기는 고언들입니다. "규모가 작아 아쉽다.", "말들이 넘어지는 모습이 사실적이지 않다."처럼 제작환경상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제외하더라도 캐릭터의 서사나 역사적 배경과 고증에 관한 비판은 충분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불가하다면 왜 불가한 것인지 납득이 되는 설명을 내놓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감정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여 상처를 덧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한 드라마의 방향성은 이러했으며 이 방향성과 원작자와 차이가 있었다고 말이죠. 건전한 비판을 하는 팬들마저 문화 대혁명의 홍위병 취급을 한다면 더 이상 내일은 없을 수 있습니다. 제작진을 물갈이하고 수뇌부를 바꿔도 신통치 않은 DC처럼말이죠...
언제나처럼 저는 제 글에 대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오류와 오점에 대한 것은 겸허히 배우겠습니다. 가르쳐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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