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REVIEW[Movie && Drama]

[시스터액트]경건하게 그리고 발칙하게

그라운드스톤 2024. 1. 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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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리노의 달빛클럽에서 무명가수로 일하던 델로리스가 자신의 내연남이자 마피아인 빈스 라로가 벌인 살인을 목격하게 되고 형사의 설득에 따라 공판이 열리는 2주간 수녀원에 수녀 메리 클라렌스로 위장하여 지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녀는 수녀원에 들어온 초창기 보수적이고 규율적인 수녀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는데 수녀원장의 권유로 수녀원 합창단을 맡게 되면서 그녀와 합창단원들이 변화를 겪게 된다.

눈에 띄는 부분

1. 흑인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라는 점

최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ion)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할리우드 영화에서 영화의 이야기나 맥락과는 상관없이 그저 피부색만을 기준으로 캐스팅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예를 든다면, 최근 실사화되었던 <인어공주>같은 영화가 대표적일 것이다. <시스터 액트>는 주인공 델로리스를 흑인으로 설정하였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녀원장을 비롯한 모든 수녀원 내의 수녀들을 백인으로 설정하고 있다. 백인들만 존재하는 수녀원은 그 모습 하나로도 수녀원의 분위기가 "보수성"에 있다는 것을 관객들로서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인물이 있는 공간의 성격을 설명해주기 위해 인종간 대비를 활용했다 볼 수 있는 것이다.
극이 진행될수록 백인 수녀들이 흑인 델로리스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종교적 규율로 부터의 해방같은 것을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를 든다면 엄숙한 예배 합창에서 박수를 치고 애드립을 섞으며 노래를 한다든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는 "기타를 배워볼까?" 라는 식의 모습으로 말이다. 물론 그 모습을 못마땅해 하는 수녀원장이 있지만 결국에는 클라렌스에게서 수녀로서 갖추어야 하는 희생과 사랑을 발견하고 그를 지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네바다 주 리노까지 향한다. 막달라 마리아처럼 가장 천대받고 낮은 곳에서 일하던 하류인생 흑인여성이 고결하고 순결하게 살아온 백인 여성들을 계몽하고 그들의 인정을 받는 과정을 30여년 전 그 시절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표현해낸 수작이다.

2. 결국 종교인으로서 보여야 하는 모습은 그들을 향해야!

이 영화에서는 대비되는 두 공간이 나온다. 바로 수녀원과 수녀원 밖의 빈민가이다. 수녀원장은 수녀원 밖은 위험한 공간이라고 인식하며 수녀들이 밖으로 외출하는 것을 마땅치않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빈민가에는 사창가, 술집, 마약상이 우글거리고 있으니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녀원에서 드리는 예배가 단순히 그들이 믿는 신을 위한 것, 신도인 본인들의 만족을 위한 것으로 끝난다면 그들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의문이 남는다. 때문에 델로리스가 보여준 파격적인 합창으로 인해 빈민가의 사람들이 성당으로 들어오고 이를 계기로 지역커뮤니티를 향해 수녀원의 문을 열고 수녀들이 나아가는 장면은 결국 종교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교훈처럼 받아드려진다. 수녀원장처럼 이 곳 밖은 죄가 가득한 위험한 곳이라는 이유로 염세주의적인 태도를 취하기 보다 그렇기에 더 그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델로리스의 이야기는 더 설득력을 갖는다. 델로리스의 설득덕분에 수녀원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 미사에 참석하면서 신이 누구인가를 알게 되었다.
이쯤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과연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만 만족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는가 돌이켜봐야 할 부분이 많다.

3. 결국 공동체라는 것

수녀원에 델로리스가 들어온 초창기, 낯설어 하는 델로리스에게 말을 걸어주던 어린 수녀는 델로리스를 통해 자기에게 있는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야기의 후반부, 위험에 처한 델로리스를 지키기 위해 리노까지 쫓아온 수녀들의 모습은 단순히 자기가 아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지내고 기도하는 동역자를 구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공동체의 모습이 결국 이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사람, 그리고 손 내밈을 받은 사람이 함께 서로의 성장을 견인해주고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나서는 그 모습이 바로 공동체의 모습인 것이다. 함께하면 두려움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공동체다. 

정리하며

1992년에 나왔다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소재와 내용들을 담은 영화이다. 요즘의 PC영화처럼 누군가에게 가르치려 드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으며 오히려 적절한 웃음으로 극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요즘은 왜 이런 영화가 나오기가 쉽지 않을까. 아쉬워하면서도 더 마블스를 보면 아 이래서 그렇구나를 느낀다. 명작은 언제봐도 빛을 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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