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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고려거란전쟁 1-4회: 정통사극의 묵직한 맛

그라운드스톤 2023. 11. 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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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묵직한 사골같은 정통사극만의 맛

걱정과 우려가 교차하던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태종 이방원 이후 약 2년만에 돌아오는 대하사극이다.
언젠가부터 사극이 시대의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여말선초, 조선시대만 주로 다루는 것에 아쉬움을 많이 느겼었다.
뿐만 아니라 사극이 역사적 팩션이 아니라 그저 시대상황 정도만 차용하는 픽션이 되어버리고 그 방향성도 로맨스물로 획일화되는 것도 상당히 아쉬운 점이었다. 특히 이러한 사태를 한마디로 보여주는 수염없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은 그 배우의 팬덤은 만족할 지 모르나 역사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장면들이었다. 조선구마사 같은 역사왜곡극도 나오는 마당에 그 정도는 눈감아줘야 하는 것인가?
태종 이방원이 짧고 굵은 사극시대를 나름 성공적으로 열었으나 동물학대 논란 등 수많은 숙제를 남긴 것도 사실이었다. 사극 팬들은 이후 대하사극의 행보에 깊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들려오던 소식에 의하면 강감찬과 현종을 주인공으로 한 고려시대 사극이 차기작이었기 때문이다. 대회전과 기마병이 필수적으로 그것도 대규모로 나와야하는 드라마인데 그 전작에서 동물학대 논란이 나오게 된 것은 뼈아픈 일이다. 자칫하면 드라마의 질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막을 올려보니....

드디어 긴 기다림이 끝나고 막이 올랐다. 대규모 전투 그 직전의 모습, 재현된 검차의 모습은 위엄이 넘쳤으며 KBS특유의 "분신술"은 진화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등장하는 고려 기병의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시청자의 관심을 집중시킨 후 강감찬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당시 고려의 모습과 황실의 모습을 담는데 집중했다.
지혜로운 구성이다. 이전의 사극들이 그러했듯이 한 인물의 일대기가 아니라 고려거란전쟁기를 다루는 시대극이기도 하거니와 짧은 분량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전해야 하기 위하여 가장 적절한 전개였다.
당초 걱정과는 달리 거의 모든 배우들의 연기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 오히려 목종에 대한 서술과 연기는 애민군주와 폭군 그 사이 어딘가 존재하는 묘한 입체감이 잘 표현되었다. 만약 내가 연기대상 심사위원이라면 조연상을 목종역의 백성현 분에게 줄 것이다. 전개의 속도도 빠르다. 벌써 4회만에 거란과의 2차 전쟁이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넷플릭스 시리즈 일일 1위, 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제 앞으로 나오게 될 전투장면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부디 다음 차기작을 위한 밀알이 될 수 있기를

개인적으로 사극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역사극만이 주는 묘한 긴장감과 감동 그리고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스포일러 임에도 불구하고 한때 사극 르네상스기라 불릴 정도로 사극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사극이 제공해주는 그것을 시청자들이 기대하고 즐겼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PPL과 OTT등 방송환경의 변화가 사극이라는 장르에 사형선고를 내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고려거란전쟁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다양한 시대를 다루는 사극이 주기적으로 나와 시대정신과 깨달음을 전달하는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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