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ne's LIFE

[2023년 회고] 아마도 일생에 가장 대혼란

그라운드스톤 2023. 11. 1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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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 줄 요약: 최초의, 최초의, 최초

복학, 졸업 그리고 공무원 시험

올해는 다시 복학을 하면서 졸업을 준비하고 있다. 오랜만의 오프라인 수업을 경험하면서도 작년 이맘 때쯤 악화된 엄마의 건강으로 인해 염려와 고민이 함께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일로 집을 떠나면 혼자 남게되는 엄마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다고 해야할 것 같다. 올해는 공무원시험에 꼭 합격해야지 라는 다짐을 1월 1일 했었는데 아무래도 학업과 공무원시험을 병행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공무원사직연령과 연차가 점점 낮아진다는 뉴스는 제자리 걸음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나에게 그 길에서 빨리 빠져나오라고 손을 흔드는 NPC같은 것이었다. 나는 6월 지방직 시험을 보고 나서 공무원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 미래의 길을 조금 더 넓고 다양하게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단 열심히 공부했는 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미 2016년 입학과 함께 깔짝깔짝 공무원시험 개념을 익힌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합격이라는 소식을 받지 못하는 경험을 계속 하게 되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건가?
  2. 너무 오래 머물러 있어 타성에 젖어버린건가?
    때문에 이 생각들은 공무원 준비생이라는 내 신분에 변화를 요구했다. 내 길이 아니라면 전한길 선생님 말대로 빨리빨리 자가진단 이후 다른 길로 가야하는 것이고 오래 머물러 버린 것이라면 잠시 그 곳에서 벗어나 환경의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내 미래로 삼은 지 12년 즈음에 하게 된 최초의 생각이다.

공기업 준비가 이끌고 간 새로운 세계

주변에 직군은 다르지만 공기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공기업이라는 영역이 미지의 영역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공기업 준비를 하기전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메타조사부터 진행했다. 설명회 영상이나 관련 합격 영상 같은 것을 열심히 봤다, 그리고 현재 나는 공기업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맞춰야한다는 결론이 들었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덕분에 나는 공무원만 고집했다면 하지 못했을 다양한 경험과 성취를 할 수 있었다.

  1. 토익 700 -> 890
  2.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3. 교내대외활동 <카네기리더십과정> 수료
    이 중에서 아마 내 일생에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성취는 점수로 표시된 상단의 두 요소가 아니라 카네기 리더십 과정일 것이다. 본 투비 수퍼샤이인 내가 <카네기리더십과정>을 경험하면서 내 모습과 태도에 상당히 많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단순히 강의를 듣는 형식의 시간이 아니라 참여자 모두가 열심히 활동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인관계를 어떻게 맺어야하는지, 사람을 대할 때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리더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카네기리더십과정>을 통해 새롭게 배웠다고 해도 과한 말은 아니다. 특히, 다양한 출신과 학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지고 건강한 자극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조건을 모두 맞춘 뒤 수도권 소재의 다양한 공기업에 시험을 응시했다. 물론 NCS준비가 필요한 상태였으나 가장 정제되고 좋은 모의고사는 실제 임용시험 NCS라는 생각으로 시간이 된다면 최대한 응시했다. 규모 있는 공기업이라서 부산처럼 가까운 지역에서 시험을 볼 수 있더라도 서울에서 시험을 응시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시험이라는 명분으로 견문을 넓히는 여행을 그 시간동안 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열차시간을 일부러 저녁시간으로 잡고 시험을 응시 후 노량진 고시골목이나, 강남역, 광화문 근처 서점을 꼭 들렀다. 노량진 고시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는 지 궁금해서 메가스터디 빌딩 내에 있는 리얼타임스터디카페도 경험해보고 강남역,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서울사람들은 어떤 카테고리의 책을 좋아하는 지 살펴보기 도 했다. 삼성 강남, 정부서울청사, 애플스토어 같은 장소들은 물론 지하철을 타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내게는 깨달음과 공부의 대상이었다. 도곡역에서 대치역까지 수능모의고사 문제를 푸는 학생에게서는 게으름에 빠진 나를 질책하는 목소리를, 서울역에서 마주한 노숙자아저씨에게서는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라는 가르침을 받는 듯 했다. 그리고 여행들이 끝나고 내가 내린 결론은.....

공공영역이 아니라 개발자의 세상으로

회고하며 글을 적는 지금 내가 생각해도 정말 뜬금없다. 공공영역만 바라보던 행정학도가 갑자기 개발자라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헛바람든 젊은이의 객기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결정의 이면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1. 공기업 시험을 핑계삼아 서울 여행을 하던 어느 날, 노량진 메가스터디 빌딩의 리얼타임스터디 카페 경험한 디지털 전환
  2. 삼성 강남, 애플스토어 강남에서 경험한 여러 디바이스들
  3. 정해진대로가 아니라 자기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그 곳의 사람들
  4. 우체국 근로장학생으로서 만나는 고객과 주무관들의 모습
    이런 요소들이 내 인생의 디폴트 값은 공무원인양 살아가던 나에게 끊임없이 이 길이 맞는 지 질문해오던 어느 날 학교 게시판을 통해 "42경산"의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어렴풋이 프랑스의 혁신학교 "에꼴42"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던 때문인지 그냥 운명이 이끈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냥 "저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42경산을 시작으로 SAFFY, 파이썬, C언어, 알고리즘, VSC, HTML,CSS 꼬리를 물고 다양한 요소들을 알아가는 순간이 즐거웠다. 직접 알고리즘을 짜고 원하는 결과를 출력하는 과정이 짜릿함 그 자체였다. 물론 지금은 졸업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42경산 라피신을 내년 2월로 미뤄두었지만 내가 한 가지에 이렇게 까지 몰입하고 뿌듯함을 경험해본적이 없다. 매일을 노트북을 열고, 코드를 만들고, 알고리즘을 고민하는 내 모습이 낯설다. 아마 이렇게 공부했다면 벌써 공무원이 되었겠지....

부디 2024년은 최초 뿐만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지만 내년에는 대학생이라는 7년의 굴레를 벗고 사회초년생의 신분으로 당당히 사회에 나가고 싶다. 더불어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엄마도 마음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삶의 자유를 찾아 내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회복을 경험할 수 있어씅면 하는 희망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42경산 라피신에 합격해 많은 동료들과 학습하며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야겠지. 이미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와 구상이 있으니 그 곳에서 공부하는 방식과 동료들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23년 들어 가장 많이 한 고민은 "내가 왜 한길만을 바라보면 내 인생을 설계한 것일까" 였다.
젊은 시절에 많은 경험을 통해 내 길을 스스로 계획하고 고민했어야 하는데 나는 고민의 순간마다 "공무원"이라는 허상을 방패삼아 회피한 것은 아닐까 돌아본다. 문이과 선택을 할 때, 학과선택을 할 때, 동아리 가입을 선택할 때 한결같았다. "나는 공무원할거니까 스펙은 필요없어","공무원할거니까 어려운 건 안해도 돼" .공무원이라는 허상은 나의 든든한 보호구였다. 시간이 지나 보호구가 아닌 진짜 공무원인 내 모습이 필요한 시점에 들어서야 이것이 내 길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된 것이 아쉬울 뿐이다. 다르게 생각한다면 지금 할 수 있어 감사한 것일 수 도 있겠으나

이제는 "뱀의 머리"가 아니라 "용의 꼬리"를 선택하는 삶을 살고 싶다.
용의 꼬리로 들어가 악착같이 달라붙어 용이 성장하여 허물을 벗을 때마다 용의 허리, 가슴, 끝내는 머리까지 될 수 있는 것일테니까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나를 위해 사는 만큼 내 주변을 포기해야 할 테니까. 그러나 나는 믿는다.
내가 성장하는 동안 그들 또한 성장하여 내가 그들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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